전문가에 대한 고찰
갑자기 왠 전문가에 대한 고찰이냐.
사회가 사람들에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고집하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봐라. 전문가가 되라는 말은 경력관리라던가 자기계발이라는 말로 탈바꿈하여 우리를 압박한다.
왜 우리는 이런 강요를 받으며 살아야하는가. 전문가가 되는 것은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에서 이 고찰은 시작된다.
전문가는 종류도 참 다양하다.
보안전문가. 경제전문가. 사회전문가. 프로그래밍 전문가. 건축 전문가. 조경 전문가. 설계 전문가.
IT전문가. 금융전문가. SNS전문가. 컨설팅전문가. 심지어 결혼주선전문가까지.
뭐 하도 다양해서 다 적을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놈의 전문가가 되기위하여 해야하는 공부나 경험은 당연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서 공부라는게 꼭 가방끈이 길어야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도 포함된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 또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자기계발서' 라는 명목하에 공식처럼 찍어내기도 한다.
전문가가 되기위한 과정이란..
과거에도 전문가들은 늘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정도로 세분화되진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생각해보자.
그는 잘 알려진 철학자이다. 그런데 그가 철학만 했던가? 노노노.
그는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했고 천문학자이기도 했으며 물리학자이기도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알려진 수학자. 피타고라스.
그는 사실 정치가였다. 그리고 그 전에 그는 철학가였다.
그는 수학과 미학(흔히 말하는 미술). 자연과학과 우주론을 하나로 뭉쳐 세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위에서 거론한 사례 외에도 과거에는 저런식의 전문가가 일반적이었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지만 공통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 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저 '특정분야의 업적'이 현대에 좀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이랄까?
우리가 말하는 전문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요즘 시대에는 이런 종류의 전문가는 없다.
다양하게 해봤다고하면 안철수 교수님처럼 의학/경영학/컴퓨터학 정도라고 할 수 있을거다.
그러나 이 역시도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의학은 의학에만 아주 집중해있고 경영학은 그 역시도 경영학에만 집중해있고 컴퓨터학도 그러하다.
세 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반면 처음에 제시한 고대 사람들의 전문 분야에는 연결점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다시 데려와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을 하던 사람이다.
철학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 가운데서 세상의 물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서 물리적은 생각을 했고
우리가 사는 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져 천문학적인 생각을 했다.
현대의 시각으로 봤을 때 그의 전문분야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정도로 방대하다.
그러나.. 그 시대의 시각에서 보면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다.
세상의 이치를 생각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가 음학이나 미학을 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아리스토텔레스가 전문가이던 시절과 현대는 어떻게 다른걸까?
왜 현대에는 철학자이면서,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자, 경제학자이면서 정치인인 사람은 없는 걸까?
정답은.. 세분화와 분업화에 있다.
분업의 대표적인 예. 공장
흔히 분업이라하면 공장에서의 분업을 떠올릴 것이다.
신발을 만들 때 A는 밑창을 붙이고 B는 신발끈 구멍을 뚫고 C는 깔창을 넣고 D는 포장을 한다.
근데 이런 분업이 사실은 학문이나 실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일어나고 있다.
예를들어 경영학을 생각해보자.
회사를 경영하는데는 회계/마케팅/재무관리/자재구매/법지식 등 다양한 것을 알아야한다.
옛날 같으면 회계라 해봐야 대충 주판으로 두들겨서 나오는 숫자들을 종이에 기입하는 정도였다.
근데 요즘 회계는 그렇지가 않다. 회계를 하려면 대차대조표니 손익계산서니 엄청나게 세분화된 규정들이나 작성법을 익혀야 한다. 거기다가 돈 단위도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만한 단위가 오고간다.
겨우 쌀이나 몇포대 주고받던 수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해졌다. 익혀야할 내용도 많아졌다. 그래서 경영학에서 회계학을 분리해버렸다.
경영학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이런식으로 마케팅도 분리된다.
근데 그 전에 경영학은 경제학에서 파생했다.
경제학을 하던 사람들이 경제학을 기업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실증으로 쌓여서 경영학이 되었다.
그것도 사실은 경제학에 묶어두자니 양이 너무 많아져서 분업시킨 것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경제학은 수학에서 분리된다.
수학을 하던 사람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수학을 활용하여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부분이 너무 커지니까 경제학이라는 것으로 분업시켰다.
이렇게 수학에서 분리된 학문들이 물리학. 심리학 등등이다.
사회에도 이런 룰이 적용된다.
그러면서 ' xx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이 생겨난다
두리뭉실하게 묶여있던 많은 학문들이 xx으로 세분화되고 분업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생겨난 '정리컨설턴트'라는 것도 사실 예전에는 청소부 쯤으로 여겨지던 분야 중
정리하는 것만 따로 '분업화' 하여 전문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전문가에 대한 1차적인 고찰이다.
너무 글을 장황하게 썼다.
이러한 매커니즘을 기초로 전문가/전문분야에 대한 정의를 하면 이렇다.
- 예전에는 철학/미학 쯤으로 구분되던 각종 학문과 분야가 세분화/분업화되면서 가지치기를 했고
- 그 가지치기된 분야만을 맡아서 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칭하며
- 그 전문가가 맡고있는 분야를 그 사람의 전문분야라고 말한다.
스토밍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뭔가 출발점이 있었고. 그 출발점에서 여러가지들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 결국 분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산물
그렇다면 여기서 뭔가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전문가는 분업의 산물이다. 분업은 그 이전에 본체가 있다. 즉 태어나게 된 출발점이 있단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그 출발점을 몰라도 된다.
말재주가 없으니 예시를 들어보겠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바퀴도 있어야하고 엔진도 있어야하고 그걸 조립하는 사람도 있어야한다.
엔진을 만드는데는 나사나 모터가 필요하고 나사나 모터를 만들려면 금형과 같은 가공과정도 들어간다.
그렇지만 금형 전문가가 엔진 전문가일 필요도, 자동차 전문가일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람이 엔진을 만드는 과정인 금형까지 알 필요는 없다.
이런식으로 분업된 사회에서는 각자가 맡은 분야만 알면되고 그것을 총괄하는 것은 몰라도 된다.
학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계의 모태는 경영학+법학이고 경영학의 모태는 경제학/ 법학의 모태는 철학이다.
더 나아가 경제학의 모태는 수학이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가 수학이나 철학을 할 필요는 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분업의 출발점인 철학/수학같은 기초 학문들은 사회에서 외면받게된다.
사실은 그것들이 모든 분업의 출발점이었는데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의 모순이다.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결국 그것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분야를 외면한 사람인 셈이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금형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굳이 만들어진 금형과 조립되어 사용될 전기를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런 연결 고리를 지시해줄 사람이 없다면(전기 전문가가 없다면)
금형전문가는 큰 기술이 필요없는 붕어빵 틀이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 원천적인 학문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수학문이 등한시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만 양성되는 것이 올바를까?
쥬스나 콜라같은 음료수가 아무리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본질이 '물'임에는 변함없다.
물이 사라진다면 음료수는 덩달아 사라진다.
순수학문이 사라진다면 세분화된 분야들도 상당부분 도태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통계학. 미적분'을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면 '경제학'을 공부한다.
회계학을 전공하면 '경영학'을 공부한다.
이런 가지들이 순수학문과 분업화된 전문과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순이 어느정도 보완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제 사회는.. 분업이 이루어진 시스템에서 활약할 사람을 찾는게 당연해진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사회는 왜 우리에게 전문가가 되라고 강요하는가'의 답을 찾았다.
- 순수학문을 연결고리로 뻗어나온 전문분야
- 전문분야 외의 다른 분야를 몰라도 사회는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
- 따라서 기초학문의 비중은 전문분야에 꼭 필요한 수준에 한정하여 유지
- 각 분업화된 자리에서 활약할 사람만을 원함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정의한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마치 기계의 부속처럼 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기계에는 부속품이 하나만 빠져도 이상이 생긴다
잘못 조여진 나사 하나가 중형차나 대형차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잘못 사용된 건축자재 하나가 훗날 건물 붕괴와 같은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떤 부품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니 부속품같은 삶이라도 전문가가 되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 셈이다.
전문가가 되야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이 가치있음을 인정해야하는 순간이다.
다만 여기서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모든 부속품은 쓸모가 있는 것 =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든 사회에 꼭 필요함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일 조차도 요즘은 분업이 일어난다.
가장 먼저 분업된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요즘은 맞벌이가 활성화되면서 집안일/산후조리 같은 것들도 분업되었고
전문 기관이나 시설.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도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아.. 글 한번 장황하다.
생각하면서 쓴 글이라서 두서가 없다.
오늘의 주제. 전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문가는 분업의 산물로 생겨난 것이다.
- 시간이 갈수록 사회는 더 많은 부품을 원한다. (전문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 세분화될수록 원분야에서 세분화까지 이어지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전문가는 뼈대가되는 분야를 모두 알 수는 없다
- 전문가로 산다는 것은 기계의 핵심을 모르고 기계의 부속품으로 사는 것과 같다
- 그러나 각 부속품들은 조금씩의 '핵심학문' 뿌리를 가지고 있어 유기적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 그래서 세상은 연계만 가능하다면 제대로 작동하는 부속품(전문가)이 되기를 요구한다
- 어떤 부속이든 기계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 전문가도 어떤 분야이든 가치가 있다
- 따라서 우리가 전문가가 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 그러나 어떤 전문가가 더 좋다는 것을 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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